호남선 기차를 타려면 서울역이 아니라 용산역으로 가야 한다는 거, 알고 계셨어요?

처음 들으면 그냥 넘어가게 되는 사실인데, 조금 생각해 보면 이상합니다. 광주, 목포, 전주로 가는 기차가 왜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이 아니라 한 정거장 앞인 용산에서 출발하는 걸까요.

거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KTX가 바꿔놓은 출발역

먼저 흔하게 떠올리는 설명부터 짚어봐야 합니다.

a blue and white train traveling down train tracks

"일제강점기 때부터 원래 용산역 출발이었다" 같은 이야기요. 그런데 자료를 살펴보면, 1914년 호남선이 처음 개통됐을 때 노선 자체의 기점은 서울이 아니라 대전이었습니다. 당시 호남선은 대전에서 목포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건설됐어요. "처음부터 용산역이 기점이었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없습니다.

자료가 가리키는 시점은 2004년입니다. KTX가 개통되면서 운행체계가 크게 재편됐는데, 이때 호남선·전라선·장항선 계열의 장거리 열차가 용산역 출발 체계로 들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전까지는 장거리 열차가 서울역 중심으로 운행됐습니다.

서울역과 용산역, 어떻게 나뉘었나

KTX가 생기면서 두 역의 역할이 나뉩니다.

경부선 KTX는 서울역을 주요 시발역으로 가져가고, 호남선·전라선 KTX는 용산역을 기점으로 배치됩니다. 한 역이 모든 노선을 다 소화하기엔 선로 용량에 한계가 있었고, 두 노선이 두 역으로 분산된 겁니다.

서울역과 용산 일대는 열차 종류와 운행 특성이 서로 달라서 제한된 선로 안에서 운행 횟수를 늘리고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고속철도 운행 확대를 위해 선로 용량을 하루 238회까지 확충하는 계획이 논의된 것도 그 연장선에 있어요.

238

서울~용산 구간 선로 용량 확충 목표(하루 기준)

용산역 기점은 누군가의 임의적인 결정이라기보다, KTX 개통이라는 큰 변화 속에서 수도권 철도망이 두 역으로 역할을 나누게 된 결과입니다.

그런데 용산이 낯선 역은 아니었다

용산역이 갑자기 중요해진 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용산은 철도 운영의 핵심 거점이었습니다. 러일전쟁 시기 일본군이 용산에 육군임시철도감부를 두고 경부선·경의선 군용철도 공사를 밀어붙이면서, 이 일대에 차량기지와 화물취급 시설이 들어섰어요. 경부선과 경의선이 만나는 환승역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용산은 군사·철도·화물이 얽힌 오래된 거점이었고, 그 위에 2004년의 KTX 재편이 더해지면서 지금의 호남선 기점 역할이 굳어진 셈입니다.

그래도 서울역에서 탈 수는 있다

용산 기점이 완전히 고정된 구조는 아닙니다.

서울역에서도 호남선 KTX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운행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된 적이 있고, 실제로 서울역 출발 호남선 열차가 운행된 사례도 있습니다. 용산역 기점은 '절대 원칙'이 아니라 운행 분담의 결과에 가깝습니다.

A group of people walking down a train platform

용산역 기점은 일제강점기의 유산이 아니라, 2004년 KTX 개통이 만든 운행 분담의 결과다.

이걸 알고 나서 달라지는 것

호남선이 용산역 출발인 이유를 묻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냥 원래부터 그랬겠지"라고 넘깁니다.

실제로는 2004년 이전까지 장거리 열차는 서울역 중심이었고, KTX 개통을 계기로 경부선은 서울역, 호남선은 용산역으로 역할이 나뉘었습니다. 한국 철도 지도 위에서 서울역과 용산역이 각자 다른 방향을 담당하는 구조가 된 겁니다.

서울~용산 구간의 선로 용량 한계는 지금도 운행체계를 제약하는 조건으로 남아 있고, 용산역 기점 구조는 KTX뿐 아니라 일반열차에서도 이어집니다. 다음에 호남선 기차표를 끊을 때,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이유가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