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 번동, 지금의 북서울꿈의숲 자리에 한때 놀이공원이 있었습니다.

그 놀이공원을 마지막으로 운영한 사람이 조직폭력배 부두목이었다는 건, 이 동네 출신들도 잘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롯데월드보다 먼저 열었다
서울 드림랜드는 1987년 4월 27일에 문을 열었습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보다 이른 개장이었어요.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을 제외하면 서울 시내 최초의 테마파크였습니다.
개장 당시 놀이기구는 21개였는데, 그 중 13개가 국내 최초로 들어온 기구였다고 합니다.
부지 자체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원래 이곳은 조선 23대 임금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와 그 부마 김병주의 묘가 있던 땅으로, 인근에서는 '공주릉'이라 불리던 안동 김씨 문중 사유지였어요.
드림랜드는 1987년 이 땅을 20년 계약으로 임대해 놀이공원을 세웠습니다.
개장 초기의 인기는 상당했습니다. 성북구 장위동, 노원구 월계동, 도봉구, 강북구 일대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 길을 도보로 왕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니까요.

롯데월드 개장 이후에도 강북 사람들에겐 드림랜드가 먼저였습니다.
잠실에 롯데월드가 생긴 뒤로도, 경기 북부나 강북 주민들은 거리 때문에 드림랜드를 더 찾았습니다. 개장부터 1990년대 중후반까지가 전성기였어요.
그다음이 문제였습니다
IMF 외환위기가 터졌고, 드림랜드의 모기업도 버티지 못했습니다.
부도가 났습니다. 1999년, 이 놀이공원을 인수한 사람이 조직폭력배 '서방파'의 부두목이었습니다.
인수 이후 회사 자금 130억 원이 횡령됐습니다. 관리비가 줄었고, 놀이기구와 시설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됐어요.
서방파 부두목이 횡령한 금액
법인은 2001년 다시 부도가 났고, 자산은 신규 법인 (주)서울드림랜드로 넘어갔습니다. 부두목은 2004년에 구속됐습니다.
드림랜드 부지의 임대 계약 기간은 원래부터 20년이었습니다. 1987년에 시작한 계약이니 2007년이면 종료될 운명이었어요. 횡령으로 시작된 내리막과,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계약 만료가 거의 같은 시점에 겹쳤습니다.

2007년 임대 계약이 끝나면서 드림랜드의 운명도 결정됐습니다.
그 전에도 이미 상황은 나빴습니다.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 같은 대형 시설들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진 채, 변변한 개보수 한 번 못 받고 버텨왔어요.
요금표만 봐도 그 처지가 드러납니다. 폐장 무렵 드림랜드의 자유이용권은 14,000원이었습니다. 당시 롯데월드는 24,000원, 서울랜드는 27,000원이었어요. 입장료를 낮게 받으면서도 시설은 나머지 두 곳보다 훨씬 빈약했습니다.
폐장 무렵 드림랜드 자유이용권 가격 (롯데월드 24,000원, 서울랜드 27,000원)
드림랜드는 2008년 2월 29일 겨울 시즌을 끝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1987년 개장 이후 21년 만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숲이 생겼습니다
폐장 이후 부지는 서울시에 매각됐습니다.

2009년 10월, 그 자리에 북서울꿈의숲이 조성됐어요. 놀이공원의 흔적은 없습니다.
지형 특성상 가파른 언덕이 많았던 곳이라, 드림랜드 시절에는 계단이 등산 수준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계단 오르내리기가 싫은 사람은 '스카이 라이더'라는 놀이기구를 타고 오르내렸다고 해요.
지금 북서울꿈의숲을 걸으면서 느끼는 그 경사, 드림랜드를 다녔던 아이들도 똑같이 그 언덕을 오르내렸습니다.
90년대 신비주의 가수 하수빈은 이곳 야외 수영장 특설무대에서 데뷔했고,


'지구용사 벡터맨'이 회전목마 앞에서 촬영됐고, 서울 동북부 아이들이 도시락을 들고 걸어왔던 그 땅은, 추억이 되었고 지금 꽤 인기 있는 도심 숲이 됐습니다. 같은 땅 위에 완전히 다른 공간이 들어선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