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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이 쇼핑몰이 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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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이 쇼핑몰이 된 날

2026.09.15

약 4분 읽기169

"영화 보러 갔다가 밥도 먹고 쇼핑도 하고 돌아온 적, 한 번쯤은 있잖아요. 사실 그게 처음부터 당연한 풍경은 아니었습니다."

an empty theater with red seats and a projector screen

밥을 먹는다면 극장 근처 골목 식당이었고, 쇼핑은 영화와 전혀 다른 일정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CGV나 롯데시네마 안에서 팝콘을 넘어 스테이크를 먹고, 옷을 사고,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나왔어요. 이 변화는 어디서 시작된 걸까요?⁠​​‌‌​​​​‍​​‌‌​‌​​‍​​‌‌​‌​​‍​​‌‌​‌‌‌‍​​‌‌​​‌‌‍​‌‌​​‌‌​‍​‌‌​​‌​​‍​​‌‌​‌‌​‍​​‌​‌‌​‌‍​​‌‌​​​​‍​​‌‌​‌​​‍​‌‌​​​‌‌‍​​‌‌​​‌‌‍​​‌​‌‌​‌‍​​‌‌​‌​​‍​​‌‌​​‌‌‍​​‌‌​‌​​‍​‌‌​​​‌‌‍​​‌​‌‌​‌‍​‌‌​​​​‌‍​​‌‌​‌‌​‍​​‌‌​‌​​‍​‌‌​​​‌​‍​​‌​‌‌​‌‍​​‌‌​‌‌‌‍​​‌‌​‌‌‌‍​‌‌​​​​‌‍​​‌‌‌​​‌‍​​‌‌​‌‌​‍​​‌‌​‌‌​‍​​‌‌​‌‌‌‍​‌‌​​​​‌‍​​‌‌​​​​‍​‌‌​​‌​​‍​​‌‌​‌‌​‍​‌‌​​​​‌⁠

1998년, 테크노마트 10층에서 시작됐다

한국 최초의 멀티플렉스로 꼽히는 CGV 강변은 1998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위치부터 달랐습니다. 강변 테크노마트, 그러니까 전자제품 쇼핑몰 건물 10층이었어요.

처음부터 영화관만 따로 서 있는 곳이 아니었던 거죠. 상영관만 11개였고, 순번대기표·무인발권기·자동응답 시스템처럼 당시로서는 생소한 편의시설도 함께 갖췄습니다.⁠​​‌‌​​​​‍​​‌‌​‌​​‍​​‌‌​‌​​‍​​‌‌​‌‌‌‍​​‌‌​​‌‌‍​‌‌​​‌‌​‍​‌‌​​‌​​‍​​‌‌​‌‌​‍​​‌​‌‌​‌‍​​‌‌​​​​‍​​‌‌​‌​​‍​‌‌​​​‌‌‍​​‌‌​​‌‌‍​​‌​‌‌​‌‍​​‌‌​‌​​‍​​‌‌​​‌‌‍​​‌‌​‌​​‍​‌‌​​​‌‌‍​​‌​‌‌​‌‍​‌‌​​​​‌‍​​‌‌​‌‌​‍​​‌‌​‌​​‍​‌‌​​​‌​‍​​‌​‌‌​‌‍​​‌‌​‌‌‌‍​​‌‌​‌‌‌‍​‌‌​​​​‌‍​​‌‌‌​​‌‍​​‌‌​‌‌​‍​​‌‌​‌‌​‍​​‌‌​‌‌‌‍​‌‌​​​​‌‍​​‌‌​​​​‍​‌‌​​‌​​‍​​‌‌​‌‌​‍​‌‌​​​​‌⁠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극장+쇼핑+외식' 조합이 이 건물 하나에서 첫 그림을 그렸던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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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은 처음부터 쇼핑몰 안에 있었다. 우리가 바뀐 게 아니라, 극장이 원래 그렇게 설계됐던 거다.

왜 하필 이 시기였을까요?

1998년은 IMF 외환위기 한복판이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시기에 CJ엔터테인먼트·동양그룹·롯데그룹 같은 대기업들이 영화산업의 상영·배급 영역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위기 속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던 기업들에게, 해외에서 이미 성공한 멀티플렉스 모델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였던 겁니다.

한 건물에서 여러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면 관객에게는 선택권이 생기고, 운영자 입장에서는 특정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도 다른 상영작으로 공간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손실을 분산하는 구조였죠.⁠​​‌‌​​​​‍​​‌‌​‌​​‍​​‌‌​‌​​‍​​‌‌​‌‌‌‍​​‌‌​​‌‌‍​‌‌​​‌‌​‍​‌‌​​‌​​‍​​‌‌​‌‌​‍​​‌​‌‌​‌‍​​‌‌​​​​‍​​‌‌​‌​​‍​‌‌​​​‌‌‍​​‌‌​​‌‌‍​​‌​‌‌​‌‍​​‌‌​‌​​‍​​‌‌​​‌‌‍​​‌‌​‌​​‍​‌‌​​​‌‌‍​​‌​‌‌​‌‍​‌‌​​​​‌‍​​‌‌​‌‌​‍​​‌‌​‌​​‍​‌‌​​​‌​‍​​‌​‌‌​‌‍​​‌‌​‌‌‌‍​​‌‌​‌‌‌‍​‌‌​​​​‌‍​​‌‌‌​​‌‍​​‌‌​‌‌​‍​​‌‌​‌‌​‍​​‌‌​‌‌‌‍​‌‌​​​​‌‍​​‌‌​​​​‍​‌‌​​‌​​‍​​‌‌​‌‌​‍​‌‌​​​​‌⁠

주5일 근무제가 자리를 잡아가며 여가 시간이 늘어났던 것도 이 흐름과 맞물렸습니다. 더 많은 시간이 생긴 사람들에게, 영화 한 편에 쇼핑과 외식까지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은 꽤 설득력 있는 선택지였으니까요.

a mall filled with lots of people walking around

종로 극장가에 무슨 일이 생겼나

멀티플렉스가 퍼지면서 가장 먼저 흔들린 건 기존 단관극장들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의 영화관은 대부분 하나 혹은 많아야 서너 개의 상영관을 가진 형태였어요. 종로 일대에 모여 있던 극장가가 그 중심이었는데, 멀티플렉스는 관객을 강남이나 도시 외곽 쇼핑몰 쪽으로 끌어당겼습니다.⁠​​‌‌​​​​‍​​‌‌​‌​​‍​​‌‌​‌​​‍​​‌‌​‌‌‌‍​​‌‌​​‌‌‍​‌‌​​‌‌​‍​‌‌​​‌​​‍​​‌‌​‌‌​‍​​‌​‌‌​‌‍​​‌‌​​​​‍​​‌‌​‌​​‍​‌‌​​​‌‌‍​​‌‌​​‌‌‍​​‌​‌‌​‌‍​​‌‌​‌​​‍​​‌‌​​‌‌‍​​‌‌​‌​​‍​‌‌​​​‌‌‍​​‌​‌‌​‌‍​‌‌​​​​‌‍​​‌‌​‌‌​‍​​‌‌​‌​​‍​‌‌​​​‌​‍​​‌​‌‌​‌‍​​‌‌​‌‌‌‍​​‌‌​‌‌‌‍​‌‌​​​​‌‍​​‌‌‌​​‌‍​​‌‌​‌‌​‍​​‌‌​‌‌​‍​​‌‌​‌‌‌‍​‌‌​​​​‌‍​​‌‌​​​​‍​‌‌​​‌​​‍​​‌‌​‌‌​‍​‌‌​​​​‌⁠

극장가가 있던 자리의 상권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죠.

단성사의 이야기는 이 흐름을 잘 보여줍니다. 한국 영화사에서 상징적인 장소였던 단성사는 2005년 총 10개관의 멀티플렉스로 재건축됐어요. 생존을 위한 변신이었지만, 그 결말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2008년 결국 최종 부도를 맞았거든요. 멀티플렉스로 바뀌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었는데, 막상 바뀌고 나서도 대형 체인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버린 거예요.⁠​​‌‌​​​​‍​​‌‌​‌​​‍​​‌‌​‌​​‍​​‌‌​‌‌‌‍​​‌‌​​‌‌‍​‌‌​​‌‌​‍​‌‌​​‌​​‍​​‌‌​‌‌​‍​​‌​‌‌​‌‍​​‌‌​​​​‍​​‌‌​‌​​‍​‌‌​​​‌‌‍​​‌‌​​‌‌‍​​‌​‌‌​‌‍​​‌‌​‌​​‍​​‌‌​​‌‌‍​​‌‌​‌​​‍​‌‌​​​‌‌‍​​‌​‌‌​‌‍​‌‌​​​​‌‍​​‌‌​‌‌​‍​​‌‌​‌​​‍​‌‌​​​‌​‍​​‌​‌‌​‌‍​​‌‌​‌‌‌‍​​‌‌​‌‌‌‍​‌‌​​​​‌‍​​‌‌‌​​‌‍​​‌‌​‌‌​‍​​‌‌​‌‌​‍​​‌‌​‌‌‌‍​‌‌​​​​‌‍​​‌‌​​​​‍​‌‌​​‌​​‍​​‌‌​‌‌​‍​‌‌​​​​‌⁠

모든 단관극장이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단관극장이 전부 문을 닫은 건 아닙니다.

일부는 방향을 완전히 틀었습니다. 멀티플렉스가 블록버스터 중심으로 움직이는 동안,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전문으로 하는 소극장들이 틈새를 파고들었어요.

고정 관객층을 갖추고, 교육 프로그램이나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을 확장하면서 살아남은 경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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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쓰는 공간의 시작

멀티플렉스가 몰고 온 가장 큰 변화는 어쩌면 극장의 풍경 자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영화관이 문화 소비의 출발점이 되면서, 제작비 규모가 커지고 관객 수가 늘어나는 산업 전체의 구조가 함께 바뀌었어요. 상영관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영화가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됐고, 그게 한국 영화 제작의 규모를 키우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요즘 멀티플렉스들이 스크린X나 4DX 같은 특별관, 단독 공연 콘텐츠를 잇달아 내놓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OTT와 경쟁하려면 집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무언가를 극장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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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출발이 강변 테크노마트 10층, 1998년의 11개관이었습니다. 영화관에서 밥도 먹고 쇼핑도 하고 오는 게 '당연한 하루'가 된 건, 누군가 처음으로 그 조합을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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