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쿠라의 아담한 에노덴, 드라마 촬영지라서 낭만 가득한 관광열차인 줄 알았는데 혼잡률 146%를 기록할 만큼 주민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동네 교통수단입니다.

a group of people waiting for a train at a train station

넷플릭스 드라마에 나오며 더 많이 알려진 그 노선

넷플릭스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일본 로케이션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소가 에노덴 연선입니다.

극락사역 주변 철길, 고료신사 입구 앞에 에노덴이 지나가는 풍경, 주택가 골목 옆 건널목. 두 인물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이 건널목을 찾아오는 방문객이 생겨났습니다.⁠​​‌‌​​‌​‍​‌‌​​​‌​‍​​‌‌​‌​​‍​​‌‌​​​​‍​​‌‌​‌​​‍​‌‌​​‌​‌‍​‌‌​​‌​​‍​​‌‌​‌​‌‍​​‌​‌‌​‌‍​‌‌​​‌‌​‍​​‌‌‌​​‌‍​​‌‌​​​​‍​​‌‌​​‌‌‍​​‌​‌‌​‌‍​​‌‌​‌​​‍​​‌‌​​​​‍​​‌‌​‌​‌‍​‌‌​​‌​​‍​​‌​‌‌​‌‍​‌‌​​​‌​‍​​‌‌‌​​​‍​​‌‌​‌‌​‍​‌‌​​​‌‌‍​​‌​‌‌​‌‍​​‌‌​‌​​‍​​‌‌​‌​‌‍​​‌‌​​‌‌‍​​‌‌​​​​‍​​‌‌​‌​​‍​​‌‌‌​​‌‍​​‌‌​​‌‌‍​​‌‌​​‌‌‍​​‌‌‌​​​‍​​‌‌​‌​​‍​‌‌​​‌​​‍​‌‌​​‌​‌⁠

사실 에노덴이 드라마 팬들을 끌어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슬램덩크 오프닝에도 나오는 가마쿠라코코마에역 건널목은 이미 중국과 대만 팬들 사이에서 먼저 유명해졌고, 지금도 그 건널목 앞에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줄이 끊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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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가득한 관광열차라는 이미지,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a green train traveling down train tracks next to tall buildings

이 열차의 원래 정체는 따로 있었습니다

에노덴의 역사는 1902년 9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후지사와와 가타세 사이를 처음 잇기 시작했고, 지금의 노선 길이는 10.0km입니다. 처음부터 관광 목적으로 만들어진 철도가 아니라 이 지역 사람들의 발이었어요.

지금도 그 역할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가마쿠라와 에노시마 사이를 매일 오가는 주민들, 학교 앞에서 내리는 학생들, 장 보고 돌아오는 어르신들. 드라마 속 배경과 똑같은 그 철길을 일상으로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혼잡률 146%. 숫자만 봐도 상황이 짐작됩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에는 역 바깥까지 대기줄이 이어져서, 매일 이 열차를 타야 하는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반복됩니다.

주민이 관광객보다 먼저 타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이 상황이 반복되자, 에노덴 운영사와 가마쿠라시는 이례적인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연선 주민 우선 입장' 제도입니다. 사전에 발급받은 주민 증명서를 들고 오면, 역 바깥의 긴 대기열을 건너뛰고 개찰구 안으로 먼저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예요. 관광객을 쫓아내는 게 아니라 순서를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2026년 5월 황금연휴에는 가마쿠라역 서쪽 출구 개찰구에서 사흘간 이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같은 제도가 2025년에도 운영된 기록이 있는 걸 보면, 한 번의 시도로 끝난 게 아니라 매년 조금씩 다듬어가는 중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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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에게는 할인을, 관광객에게는 디지털을

2026년 8월부터는 '지모토쿠(지역 주민 할인)'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신용카드 같은 비접촉 결제 수단으로 평일 비혼잡 시간대에 에노덴을 이용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모토쿠5'라는 별도 승차권은 구매한 주의 평일 5일 동안 에노덴 전 구간을 이용할 수 있는 주민 전용 상품으로, 가격은 1,200엔입니다.⁠​​‌‌​​‌​‍​‌‌​​​‌​‍​​‌‌​‌​​‍​​‌‌​​​​‍​​‌‌​‌​​‍​‌‌​​‌​‌‍​‌‌​​‌​​‍​​‌‌​‌​‌‍​​‌​‌‌​‌‍​‌‌​​‌‌​‍​​‌‌‌​​‌‍​​‌‌​​​​‍​​‌‌​​‌‌‍​​‌​‌‌​‌‍​​‌‌​‌​​‍​​‌‌​​​​‍​​‌‌​‌​‌‍​‌‌​​‌​​‍​​‌​‌‌​‌‍​‌‌​​​‌​‍​​‌‌‌​​​‍​​‌‌​‌‌​‍​‌‌​​​‌‌‍​​‌​‌‌​‌‍​​‌‌​‌​​‍​​‌‌​‌​‌‍​​‌‌​​‌‌‍​​‌‌​​​​‍​​‌‌​‌​​‍​​‌‌‌​​‌‍​​‌‌​​‌‌‍​​‌‌​​‌‌‍​​‌‌‌​​​‍​​‌‌​‌​​‍​‌‌​​‌​​‍​‌‌​​‌​‌⁠

주말에는 쓸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관광객이 주말에 몰리는 패턴을 감안하면, 주민의 이동을 평일 중심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관광객 쪽에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1일 승차권 '노리오이군'의 디지털 버전을 내놓아서, 역 창구에 줄 서지 않고 온라인으로 미리 구매하고 바로 탑승할 수 있도록 했어요. 대기 시간을 줄이면서 역 주변 혼잡도 함께 낮추려는 시도입니다.

주민에게는 할인과 우선 입장, 관광객에게는 디지털 편의. 같은 열차를 두고 이용 목적에 따라 서비스를 나누는 운영 방식이 2026년 기준으로 에노덴에서 실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차창도 바꾸고 있습니다

차량도 바뀌는 중입니다.

약 20년 만에 새로 도입한 신형 700형은 바다 쪽을 향해 앉을 수 있는 크로스 좌석과 넓어진 전면 유리가 특징이에요. 풍경을 즐기러 온 방문객뿐 아니라 매일 같은 구간을 오가는 주민에게도 조금 다른 승차 경험을 주겠다는 의도가 설계에 담겨 있습니다.

창밖 풍경이 더 선명하게 보이도록 하는 차창 환경 개선 실험도 별도로 진행됐습니다. 일반 창과 비교해 밝기와 색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는 방식이었고, 정규 서비스로 이어졌는지는 추가 공지를 봐야 알 수 있는 상황입니다.⁠​​‌‌​​‌​‍​‌‌​​​‌​‍​​‌‌​‌​​‍​​‌‌​​​​‍​​‌‌​‌​​‍​‌‌​​‌​‌‍​‌‌​​‌​​‍​​‌‌​‌​‌‍​​‌​‌‌​‌‍​‌‌​​‌‌​‍​​‌‌‌​​‌‍​​‌‌​​​​‍​​‌‌​​‌‌‍​​‌​‌‌​‌‍​​‌‌​‌​​‍​​‌‌​​​​‍​​‌‌​‌​‌‍​‌‌​​‌​​‍​​‌​‌‌​‌‍​‌‌​​​‌​‍​​‌‌‌​​​‍​​‌‌​‌‌​‍​‌‌​​​‌‌‍​​‌​‌‌​‌‍​​‌‌​‌​​‍​​‌‌​‌​‌‍​​‌‌​​‌‌‍​​‌‌​​​​‍​​‌‌​‌​​‍​​‌‌‌​​‌‍​​‌‌​​‌‌‍​​‌‌​​‌‌‍​​‌‌‌​​​‍​​‌‌​‌​​‍​‌‌​​‌​​‍​‌‌​​‌​‌⁠

혼잡 문제는 에노덴 혼자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어요. 2023년에는 주민 우선 입장 실험과 함께 연선 주민을 위한 공유 자전거 실험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열차 안의 문제를 열차 밖에서 푸는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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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명소가 된 동네 열차의 딜레마

에노덴이 낭만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1902년부터 이어진 노선이 지금도 주택가 골목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커브를 돌면 갑자기 태평양이 펼쳐지고, 극락사 터널을 빠져나오면 울창한 숲이 기다립니다. 드라마가 이 풍경을 배경으로 삼은 건 당연한 선택이에요.⁠​​‌‌​​‌​‍​‌‌​​​‌​‍​​‌‌​‌​​‍​​‌‌​​​​‍​​‌‌​‌​​‍​‌‌​​‌​‌‍​‌‌​​‌​​‍​​‌‌​‌​‌‍​​‌​‌‌​‌‍​‌‌​​‌‌​‍​​‌‌‌​​‌‍​​‌‌​​​​‍​​‌‌​​‌‌‍​​‌​‌‌​‌‍​​‌‌​‌​​‍​​‌‌​​​​‍​​‌‌​‌​‌‍​‌‌​​‌​​‍​​‌​‌‌​‌‍​‌‌​​​‌​‍​​‌‌‌​​​‍​​‌‌​‌‌​‍​‌‌​​​‌‌‍​​‌​‌‌​‌‍​​‌‌​‌​​‍​​‌‌​‌​‌‍​​‌‌​​‌‌‍​​‌‌​​​​‍​​‌‌​‌​​‍​​‌‌‌​​‌‍​​‌‌​​‌‌‍​​‌‌​​‌‌‍​​‌‌‌​​​‍​​‌‌​‌​​‍​‌‌​​‌​​‍​‌‌​​‌​‌⁠

그 낭만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혼잡 속에서, 매일 이 열차로 출근하고 장을 보고 통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같이 달리고 있습니다.

연선 주민 우선 입장이 매년 검토를 거쳐 계속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주민 전용 할인 승차권이 2026년에 정식 서비스로 출발했다는 것. 이 두 가지는 에노덴이 지금도 동네 열차라는 사실을 운영사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