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제일 먼저 꽂힌 게 비빔밥도 불고기도 아니라 이 빨간 컵이었다고요?"이상한 건 따로 있습니다. 이 라면이 올림픽보다 6년 먼저 나왔다는 사실이에요.
1982년, 면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린 것들
육개장 사발면이 처음 세상에 나온 건 1982년입니다.
당시 개발진이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문제는 면이었어요. 뜨거운 물을 붓자마자 빠르게 익어야 하는데, 동시에 퍼지지 않아야 했습니다. 둘 다 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원재료를 바꿔가며 실험을 거듭했고, 그렇게 지금의 면이 나왔습니다.
맛의 기준점은 소고기 육개장이었어요. 얼큰하고 진한 국물, 한국 사람이라면 이미 익숙한 그 맛을 컵 하나에 담는 게 목표였습니다.

올림픽이 팔아준 라면
출시 6년 뒤인 1988년, 서울에 올림픽이 열렸습니다.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육개장 사발면에 꽂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비빔밥도, 갈비도 아닌 이 빨간 컵이었어요. 얼큰한 국물 맛이 낯설면서도 중독적이었다는 게 당시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그 인상이 해외로 퍼졌습니다.

한국 전통 국사발을 본뜬 그 빨간 컵이, 올림픽을 계기로 100여 개국으로 퍼졌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육개장 사발면은 10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같은 해 해외 매출은 541억 원으로, 전년도 367억 원에서 크게 늘었어요.

누적 판매량을 보면 규모가 달리 느껴집니다.
2022년 기준 육개장 사발면 누적 판매량
2020년에 50억 개를 넘어섰고, 2022년에는 52억 개에 달했습니다. 2022년 10월 기준 누적 매출은 930억 원에 이릅니다.
편의점에서 아무렇지 않게 집어 드는 그 컵라면이, 추정치로는 40년 넘는 세월 동안 무려 52억 번 뜯겼다는 얘기입니다. 한국 인구로 나누면 1인당 100개가 넘는 셈이에요.
수출분이 포함된 수치지만, 규모 자체가 가볍지 않습니다.
지금도 남아 있는 것
육개장 사발면이 처음 출시된 지 40여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컵라면 시장에 새로운 제품들이 계속 나왔고, 트렌드도 여러 번 바뀌었어요. 육개장 사발면은 지금도 편의점 라면 진열대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레시피의 기준점이 된 소고기 육개장 국물, 전통 사발 모양을 본뜬 용기, 올림픽 무렵부터 쌓인 해외 인지도까지. 1982년에 고민했던 것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음번에 그 빨간 컵을 집게 되면, 용기 모양을 한번 눈여겨봐도 좋습니다. 누군가 국사발을 흉내 내어 만든 거라는 게 갑자기 눈에 들어올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