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뭘 사 먹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호두과자나 커피를 떠올립니다.

잠깐 들르는 곳에서, 꽤 진지한 밥 한 끼를 팔고 있습니다.
경쟁이 시작된 이유
한국도로공사는 EX-FOOD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맛·가격·품질·판매량을 기준으로 각 휴게소의 대표 메뉴를 심사해 인증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매년 휴게소 음식 경진대회까지 열립니다.

2024년 경진대회 최우수상은 보성녹차휴게소 영암 방향의 보성꼬막비빔밥이었습니다. 2025년 대상은 죽전휴게소 서울 방향의 용인 성산 한돈 뼈해장국이 받았어요.
수상 기록이 생기면서 각 휴게소는 지역 식재료를 어떻게 메뉴에 녹여낼지 경쟁하듯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속도로 위에서 지역 음식이 경연을 벌이고 있다.
지역이 메뉴가 되는 방식
강원도 방향 휴게소에서는 황태해장국과 감자옹심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양평휴게소에서는 강릉 초당 순두부를 활용한 찌개와 짬뽕 두 가지를 모두 팝니다. 정선 곤드레 떡갈비도 이 구간 휴게소의 단골 메뉴입니다.
충북 방향으로 가면 괴산 매운 고추 라면과 서리태 콩국수가 나옵니다. 인삼랜드휴게소 통영 방향에는 인삼 가마솥 영양비빔밥이 대표 메뉴로 올라 있어요.

전라도 방향에서는 함평나비휴게소 무안 방향의 낙돼불패(낙지·돼지고기 기반 볶음 요리)가 경진대회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안산휴게소에는 대부도 포도고추장을 활용한 보자기 비빔밥도 있습니다.
휴게소 음식 경진대회 대상 — 용인 성산 한돈 뼈해장국 (죽전휴게소)
서울 근처에도 있습니다
서울만남휴게소 부산 방향은 '말죽거리'라는 이름을 메뉴에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말죽거리 소머리국밥은 방송에서도 소개된 이 휴게소의 대표 메뉴입니다. 한돈 동파육 덮밥은 경진대회 우수상까지 받았어요.
서울 도심에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죽전휴게소에는 용인 특산품 영양밥 정식도 따로 있습니다.
구리휴게소에는 흑돼지 제육볶음, 황간휴게소 부산 방향에는 국밥과 솥밥을 함께 내는 '영표국밥&솥밥'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가장 의외의 메뉴
칠곡휴게소 부산 방향에는 '한미식당의 치즈시내소'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음식인 슈니첼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돈가스 계열의 요리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에서 유럽 음식의 흔적을 마주치게 되는 셈이에요.
군위휴게소에는 대구 파육개장과 의성마늘 돈가스가 나란히 있습니다. 평사휴게소에는 애플 수제 등심 돈가스, 남해 방향 휴게소에서는 새싹삼과 남해 흑마늘을 넣은 돈가스도 팝니다.
돈가스 하나에도 그 지역 특산물이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휴게소 음식 경진대회 최우수상 — 보성꼬막비빔밥 (보성녹차휴게소)
그러면 어떻게 찾아가나
휴게소 메뉴는 방향(상행·하행)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이름의 휴게소라도 서울 방향과 부산 방향이 운영하는 식당이 다를 수 있습니다. 보성녹차휴게소 꼬막비빔밥도 영암 방향에서만 팝니다.
한국도로공사의 휴게소 통합 검색 서비스에서 방향과 메뉴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황태, 초당순두부, 곤드레, 의성마늘, 보성꼬막. 이 식재료들은 지금도 각 휴게소 메뉴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느 지역을 지나고 있는지, 밥 한 그릇으로 체감할 수 있게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