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타워를 처음 세운 사람은 관광업자가 아니었습니다.

a tall red tower in Tokyo Tower

지금 우리가 에펠탑을 닮은 붉은 탑 아래서 사진을 찍고, 150m 전망대에서 후지산을 찾는 그 장소의 출발점은 방송 인프라 사업이었습니다.

전후 일본이 전파탑을 세운 이유

도쿄타워가 착공된 건 1957년, 완공은 1958년 12월 23일입니다.⁠​​‌‌​‌​‌‍​​‌‌​​‌‌‍​​‌‌​‌‌‌‍​​‌‌‌​​‌‍​​‌‌​‌‌‌‍​‌‌​​​​‌‍​‌‌​​‌​​‍​​‌‌​‌‌​‍​​‌​‌‌​‌‍​​‌‌‌​​​‍​​‌‌​​​‌‍​​‌‌​​​‌‍​​‌‌​​‌‌‍​​‌​‌‌​‌‍​​‌‌​‌​​‍​​‌‌​‌​​‍​‌‌​​‌​‌‍​​‌‌​‌‌​‍​​‌​‌‌​‌‍​‌‌​​​​‌‍​​‌‌​​‌‌‍​​‌‌​‌​‌‍​‌‌​​​‌‌‍​​‌​‌‌​‌‍​‌‌​​‌​​‍​​‌‌​​​​‍​‌‌​​‌​​‍​‌‌​​‌​‌‍​​‌‌‌​​‌‍​​‌‌‌​​‌‍​​‌‌​​‌‌‍​​‌‌‌​​‌‍​​‌‌​​‌​‍​​‌‌​​‌​‍​‌‌​​‌​​‍​‌‌​​​‌​⁠

당시 일본은 전후 복구의 한복판이었고, 민간 TV 방송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어요. 방송국마다 따로따로 송신탑을 세우고 있었는데, 이를 하나의 탑으로 통합하자는 구상이 도쿄타워였습니다.

close-up photo of SPMTE color bars

원래는 380m 정도 높이로 지어야 도쿄 전역을 커버할 수 있었다고 해요. 너무 높으면 탑이 흔들려 영상 송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타협점으로 잡은 높이가 333m였습니다.

도쿄타워는 처음부터 관광지가 아니었다. 전파를 쏘기 위해 세운 탑이었다.⁠​​‌‌​‌​‌‍​​‌‌​​‌‌‍​​‌‌​‌‌‌‍​​‌‌‌​​‌‍​​‌‌​‌‌‌‍​‌‌​​​​‌‍​‌‌​​‌​​‍​​‌‌​‌‌​‍​​‌​‌‌​‌‍​​‌‌‌​​​‍​​‌‌​​​‌‍​​‌‌​​​‌‍​​‌‌​​‌‌‍​​‌​‌‌​‌‍​​‌‌​‌​​‍​​‌‌​‌​​‍​‌‌​​‌​‌‍​​‌‌​‌‌​‍​​‌​‌‌​‌‍​‌‌​​​​‌‍​​‌‌​​‌‌‍​​‌‌​‌​‌‍​‌‌​​​‌‌‍​​‌​‌‌​‌‍​‌‌​​‌​​‍​​‌‌​​​​‍​‌‌​​‌​​‍​‌‌​​‌​‌‍​​‌‌‌​​‌‍​​‌‌‌​​‌‍​​‌‌​​‌‌‍​​‌‌‌​​‌‍​​‌‌​​‌​‍​​‌‌​​‌​‍​‌‌​​‌​​‍​‌‌​​​‌​⁠

에펠탑보다 33m 더 높은 이 탑을 짓는 데 쓰인 철강은 약 4,000t으로, 에펠탑이 쓴 7,000t의 절반 남짓이었습니다. 기술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뜻이기도 하죠.

한 가지 더. 전망대 증축에 쓰인 철강 중 상당량이 6·25전쟁에서 나온 폐전차 90여 대 분의 고철이었다고 합니다. 냉전과 전쟁의 잔해가 도쿄의 랜드마크 안에 녹아들어간 셈이에요.

eiffel tower in paris during night time

탑이 완성되기 직전, 이름을 공모했습니다.⁠​​‌‌​‌​‌‍​​‌‌​​‌‌‍​​‌‌​‌‌‌‍​​‌‌‌​​‌‍​​‌‌​‌‌‌‍​‌‌​​​​‌‍​‌‌​​‌​​‍​​‌‌​‌‌​‍​​‌​‌‌​‌‍​​‌‌‌​​​‍​​‌‌​​​‌‍​​‌‌​​​‌‍​​‌‌​​‌‌‍​​‌​‌‌​‌‍​​‌‌​‌​​‍​​‌‌​‌​​‍​‌‌​​‌​‌‍​​‌‌​‌‌​‍​​‌​‌‌​‌‍​‌‌​​​​‌‍​​‌‌​​‌‌‍​​‌‌​‌​‌‍​‌‌​​​‌‌‍​​‌​‌‌​‌‍​‌‌​​‌​​‍​​‌‌​​​​‍​‌‌​​‌​​‍​‌‌​​‌​‌‍​​‌‌‌​​‌‍​​‌‌‌​​‌‍​​‌‌​​‌‌‍​​‌‌‌​​‌‍​​‌‌​​‌​‍​​‌‌​​‌​‍​‌‌​​‌​​‍​‌‌​​​‌​⁠

엽서 응모만 8만 6,269통이 쏟아졌어요.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이름은 '쇼와 탑'(1,832통)이었고, '일본탑', '평화탑'이 뒤를 이었습니다. 당시 미소 우주 경쟁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우주탑', 황태자 아키히토의 결혼을 앞두고 제안된 '프린스탑'도 있었다고 해요.

최종 결정은 좀 다른 방식으로 났습니다. 명칭 심사회에 참석한 문인 도쿠가와 무세이가 "딱 드러나는 명칭은 도쿄타워 말고 없네"라고 밀어붙였고, 그렇게 1958년 10월 9일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도쿄타워'는 공모 결과 1위도 아니었어요. 심사위원 한 명의 한마디로 정해진 이름이었습니다.⁠​​‌‌​‌​‌‍​​‌‌​​‌‌‍​​‌‌​‌‌‌‍​​‌‌‌​​‌‍​​‌‌​‌‌‌‍​‌‌​​​​‌‍​‌‌​​‌​​‍​​‌‌​‌‌​‍​​‌​‌‌​‌‍​​‌‌‌​​​‍​​‌‌​​​‌‍​​‌‌​​​‌‍​​‌‌​​‌‌‍​​‌​‌‌​‌‍​​‌‌​‌​​‍​​‌‌​‌​​‍​‌‌​​‌​‌‍​​‌‌​‌‌​‍​​‌​‌‌​‌‍​‌‌​​​​‌‍​​‌‌​​‌‌‍​​‌‌​‌​‌‍​‌‌​​​‌‌‍​​‌​‌‌​‌‍​‌‌​​‌​​‍​​‌‌​​​​‍​‌‌​​‌​​‍​‌‌​​‌​‌‍​​‌‌‌​​‌‍​​‌‌‌​​‌‍​​‌‌​​‌‌‍​​‌‌‌​​‌‍​​‌‌​​‌​‍​​‌‌​​‌​‍​‌‌​​‌​​‍​‌‌​​​‌​⁠

86,269통

도쿄타워 명칭 공모 엽서 응모 수

붉은색과 흰색, 이것도 법 때문이다

도쿄타워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특유의 붉은색과 흰색 도색입니다.

red, blue, and white abstract painting

비율은 한 번 바뀐 적이 있습니다. 1986년 항공법 개정 전까지는 적색과 흰색이 1:1이었는데, 개정 이후 적색 부분이 더 많아지도록 바뀌었어요. 1998년에는 전망대도 붉은색에서 흰색으로 재도색됐습니다. 오래된 사진과 지금 도쿄타워를 나란히 놓으면 미묘하게 달라 보이는 이유가 거기 있어요.⁠​​‌‌​‌​‌‍​​‌‌​​‌‌‍​​‌‌​‌‌‌‍​​‌‌‌​​‌‍​​‌‌​‌‌‌‍​‌‌​​​​‌‍​‌‌​​‌​​‍​​‌‌​‌‌​‍​​‌​‌‌​‌‍​​‌‌‌​​​‍​​‌‌​​​‌‍​​‌‌​​​‌‍​​‌‌​​‌‌‍​​‌​‌‌​‌‍​​‌‌​‌​​‍​​‌‌​‌​​‍​‌‌​​‌​‌‍​​‌‌​‌‌​‍​​‌​‌‌​‌‍​‌‌​​​​‌‍​​‌‌​​‌‌‍​​‌‌​‌​‌‍​‌‌​​​‌‌‍​​‌​‌‌​‌‍​‌‌​​‌​​‍​​‌‌​​​​‍​‌‌​​‌​​‍​‌‌​​‌​‌‍​​‌‌‌​​‌‍​​‌‌‌​​‌‍​​‌‌​​‌‌‍​​‌‌‌​​‌‍​​‌‌​​‌​‍​​‌‌​​‌​‍​‌‌​​‌​​‍​‌‌​​​‌​⁠

야간 조명은 1989년에 지금의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탑 윤곽을 따라 노란 조명만 달려 있었어요. 1987년, 일본의 조명 디자이너 이시 모코토가 새 조명을 디자인하면서 탑 전체를 입체적으로 비추는 지금의 배치가 만들어졌습니다.

역할을 잃고 나서야, 상징이 됐다

2011년, 일본이 지상파 디지털 방송으로 완전히 전환했습니다.

333m로는 디지털 신호를 도쿄 전역에 보내기 어려워졌어요. 스미다구에 더 높은 전파탑을 새로 세웠는데, 그게 도쿄 스카이트리입니다. NHK와 주요 민간 TV 방송국들이 스카이트리로 송출 시설을 옮겼으며, 도쿄타워에는 NHK FM 예비 송출과 일부 FM 라디오 채널만 남았습니다.⁠​​‌‌​‌​‌‍​​‌‌​​‌‌‍​​‌‌​‌‌‌‍​​‌‌‌​​‌‍​​‌‌​‌‌‌‍​‌‌​​​​‌‍​‌‌​​‌​​‍​​‌‌​‌‌​‍​​‌​‌‌​‌‍​​‌‌‌​​​‍​​‌‌​​​‌‍​​‌‌​​​‌‍​​‌‌​​‌‌‍​​‌​‌‌​‌‍​​‌‌​‌​​‍​​‌‌​‌​​‍​‌‌​​‌​‌‍​​‌‌​‌‌​‍​​‌​‌‌​‌‍​‌‌​​​​‌‍​​‌‌​​‌‌‍​​‌‌​‌​‌‍​‌‌​​​‌‌‍​​‌​‌‌​‌‍​‌‌​​‌​​‍​​‌‌​​​​‍​‌‌​​‌​​‍​‌‌​​‌​‌‍​​‌‌‌​​‌‍​​‌‌‌​​‌‍​​‌‌​​‌‌‍​​‌‌‌​​‌‍​​‌‌​​‌​‍​​‌‌​​‌​‍​‌‌​​‌​​‍​‌‌​​​‌​⁠

같은 해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지진으로 전파탑 상부가 휘어버렸어요. 복구 공사를 하던 중 탑 안에서 야구공 하나가 발견됐는데, 근처 야구장에서 날아든 홈런 볼이라는 설, 건설 인부가 완공 기념으로 몰래 넣어뒀다는 설, 공사 도구 대용이었다는 설이 나란히 전해집니다. 지금도 전망대에서 그 야구공을 전시하고 있어요.

333m

원래 목적인 전파 송신 역할을 스카이트리에 넘긴 도쿄타워의 높이

역할을 넘긴 뒤에도 도쿄타워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시점부터 더 강하게 '상징'으로 자리 잡았어요.⁠​​‌‌​‌​‌‍​​‌‌​​‌‌‍​​‌‌​‌‌‌‍​​‌‌‌​​‌‍​​‌‌​‌‌‌‍​‌‌​​​​‌‍​‌‌​​‌​​‍​​‌‌​‌‌​‍​​‌​‌‌​‌‍​​‌‌‌​​​‍​​‌‌​​​‌‍​​‌‌​​​‌‍​​‌‌​​‌‌‍​​‌​‌‌​‌‍​​‌‌​‌​​‍​​‌‌​‌​​‍​‌‌​​‌​‌‍​​‌‌​‌‌​‍​​‌​‌‌​‌‍​‌‌​​​​‌‍​​‌‌​​‌‌‍​​‌‌​‌​‌‍​‌‌​​​‌‌‍​​‌​‌‌​‌‍​‌‌​​‌​​‍​​‌‌​​​​‍​‌‌​​‌​​‍​‌‌​​‌​‌‍​​‌‌‌​​‌‍​​‌‌‌​​‌‍​​‌‌​​‌‌‍​​‌‌‌​​‌‍​​‌‌​​‌​‍​​‌‌​​‌​‍​‌‌​​‌​​‍​‌‌​​​‌​⁠

도쿄에 사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스카이트리보다 도쿄타워를 더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흔히 나온다고 합니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이라는 말을 앞에 붙이면서요. 63빌딩보다 남산서울타워에 더 애정이 가는 감각과 어딘가 닮아있습니다.

도쿄가 박살 날 때 제일 먼저 맞는 탑

도쿄타워가 상징의 자리를 굳힌 방식은 또 하나 있습니다.
영화나, 만화와 같은 창작물에서 도쿄가 위기에 처할 때, 제일 먼저
부서지는 건물이 도쿄타워예요. ⁠​​‌‌​‌​‌‍​​‌‌​​‌‌‍​​‌‌​‌‌‌‍​​‌‌‌​​‌‍​​‌‌​‌‌‌‍​‌‌​​​​‌‍​‌‌​​‌​​‍​​‌‌​‌‌​‍​​‌​‌‌​‌‍​​‌‌‌​​​‍​​‌‌​​​‌‍​​‌‌​​​‌‍​​‌‌​​‌‌‍​​‌​‌‌​‌‍​​‌‌​‌​​‍​​‌‌​‌​​‍​‌‌​​‌​‌‍​​‌‌​‌‌​‍​​‌​‌‌​‌‍​‌‌​​​​‌‍​​‌‌​​‌‌‍​​‌‌​‌​‌‍​‌‌​​​‌‌‍​​‌​‌‌​‌‍​‌‌​​‌​​‍​​‌‌​​​​‍​‌‌​​‌​​‍​‌‌​​‌​‌‍​​‌‌‌​​‌‍​​‌‌‌​​‌‍​​‌‌​​‌‌‍​​‌‌‌​​‌‍​​‌‌​​‌​‍​​‌‌​​‌​‍​‌‌​​‌​​‍​‌‌​​​‌​⁠

a cat figurine sitting on top of a laptop computer

고지라, 모스라, 가메라부터 세일러문, 도라에몽, 체인소맨까지. 도쿄를 무대로 한 작품이라면 핵심 장면에서 한 번쯤은 등장합니다. 도쿄타워를 처음 습격한 괴수는 고지라가 아니라 모스라였는데, 도쿄타워 완공 3년 만의 일이었다고 해요.

박살이 나든, 휘어지든, 그 배경에 도쿄타워가 있다는 건 "이건 도쿄다"라는 신호입니다. 전파를 쏘던 탑이 이제는 도시 자체를 대표하는 기호가 됐어요.

완공 이후 60년이 넘는 것으로 환산되는 시간 동안 도쿄타워는 전파탑에서 랜드마크로, 랜드마크에서 감정의 좌표로 바뀌었습니다. 처음 세운 사람은 전파를 생각했겠지만, 지금 이 탑 아래 서는 사람들은 아마 다른 걸 보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