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가 왜 보험회사 건물 지하에 있는지 궁금해한 적 있어요?"

실제로는 반대였습니다.
보험회사가 서점을 위해 건물을 지었다
교보생명은 1980년 교보빌딩을 지을 때, 건물의 핵심 공간으로 서점을 먼저 계획했습니다.
남는 지하 공간에 서점을 들인 게 아닙니다. 서울 한복판에 책을 만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건물 설계 단계부터 서점을 중심에 놓았습니다.
그 배경에 한 사람이 있습니다.
교보문고 창립자 신용호는 어린 시절 병 때문에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했습니다. 대신 책을 읽으며 배움을 이어갔습니다.
그 경험이 평생의 믿음으로 남았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교보문고를 세우며 내걸었던 이 문장은 마케팅 슬로건이 아니었습니다. 학교 대신 책으로 자란 사람이 남긴 말이었어요.
1981년, 책 보는 방식이 달라졌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1981년 6월 1일 문을 열었습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그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국내 최초의 완전 개가식 서점이었거든요.
60만 권이 꽂힌 서가 사이를 손님이 직접 돌아다니며 책을 꺼내보고, 비교하고, 골라가는 구조였습니다.
1981년 광화문점 개점 당시 보유 장서
지금 기준으로는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 독자들에겐 서점이 아니라 도서관처럼 느껴지는 낯선 경험이었을 겁니다.
왜 하필 광화문 지하였을까
입지도 따져볼 만합니다.
광화문은 1980년대 서울에서 가장 많은 직장인과 학생이 오가는 곳이었습니다. 정부청사, 언론사, 대기업 본사가 몰려있는 동네였죠.

'목적지형 서점'이 된 겁니다. 책 살 마음이 있어야만 가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다 들르는 곳으로요.
앉아있어도 아무도 뭐라 안 하는 이유
교보문고에 가면 의자에 앉아 한 시간씩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직원이 쫓아내지 않아요.
이것도 처음부터 의도된 방식이었습니다.
신용호 창립자가 보기에 책은 상품이기 이전에 사람을 변화시키는 도구였습니다. 책을 사지 않아도 한 시간쯤 읽다 나오는 손님은 쫓아낼 대상이 아니라, 그 철학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였던 셈입니다.
출판계도 이 방식을 환영했습니다. 독자가 책 앞에 오래 머물수록, 책을 발견하고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니까요.
성장 후 광화문점 하루 평균 방문객
40년이 지나도 지하 1층인 이유
2016년 광화문점은 대규모 재개관을 했습니다. 도서관, 갤러리, 카페가 결합된 공간으로 바뀌었어요.
그래도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자리는 그대로입니다.
보험회사가 세를 내준 공간이라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이 서점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라서요.
이후 교보문고는 강남점을 시작으로 전국 40여 개 지점으로 확장했습니다. 서울 중심지에,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책을 앞에 두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계 논리는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지금도 공간 곳곳에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창립 철학이 새겨져 있습니다. 광화문 지하 1층은 교보문고의 위치가 아니라, 교보문고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