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버터가 항상 선명한 노란색인 건 자연의 결과가 아니라, 누군가 '이 색으로 맞추자'고 결정한 결과입니다.

a fork with a piece of cheese on top of it

소를 키우던 농부들이었어요.

여름엔 노랗고, 겨울엔 희고

버터 색은 원래 소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봄여름에 신선한 풀을 뜯어먹은 소의 우유에는 카로틴이 많아졌어요. 그 카로틴이 지방에 녹아들면서 버터를 노랗게 물들였습니다.

group of cows

계절마다 색이 달라지는 버터. 생산자 입장에서는 꽤 곤란한 일이었습니다.

색을 '고정'하기로 했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버터 거래가 활발해졌습니다.⁠​‌‌​​​​‌‍​‌‌​​‌‌​‍​​‌‌​​​​‍​‌‌​​‌​‌‍​​‌‌​​​​‍​​‌‌​‌​​‍​​‌‌​​​‌‍​​‌‌​​​​‍​​‌​‌‌​‌‍​​‌‌​‌​​‍​​‌‌‌​​‌‍​​‌‌​​​​‍​‌‌​​‌​​‍​​‌​‌‌​‌‍​​‌‌​‌​​‍​‌‌​​‌​‌‍​​‌‌​‌​‌‍​‌‌​​‌​​‍​​‌​‌‌​‌‍​​‌‌‌​​​‍​​‌‌​‌‌​‍​‌‌​​‌​‌‍​​‌‌‌​​‌‍​​‌​‌‌​‌‍​​‌‌​​‌​‍​​‌‌​‌​‌‍​​‌‌​‌‌​‍​​‌‌​​​‌‍​​‌‌‌​​​‍​​‌‌​‌‌​‍​​‌‌​‌​‌‍​‌‌​​‌​​‍​‌‌​​​‌​‍​‌‌​​​‌‌‍​​‌‌‌​​‌‍​​‌‌​‌‌​⁠

문제는 상품성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노란 버터를 더 좋은 버터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어요. 겨울에 창백해진 버터는 팔기가 어려웠죠.

버터를 노랗게 만든 건 소가 아니라, 색이 변하면 팔 수 없다는 생산자의 고민이었습니다.

생산자들이 꺼낸 해법은 아나토(annatto)였어요.⁠​‌‌​​​​‌‍​‌‌​​‌‌​‍​​‌‌​​​​‍​‌‌​​‌​‌‍​​‌‌​​​​‍​​‌‌​‌​​‍​​‌‌​​​‌‍​​‌‌​​​​‍​​‌​‌‌​‌‍​​‌‌​‌​​‍​​‌‌‌​​‌‍​​‌‌​​​​‍​‌‌​​‌​​‍​​‌​‌‌​‌‍​​‌‌​‌​​‍​‌‌​​‌​‌‍​​‌‌​‌​‌‍​‌‌​​‌​​‍​​‌​‌‌​‌‍​​‌‌‌​​​‍​​‌‌​‌‌​‍​‌‌​​‌​‌‍​​‌‌‌​​‌‍​​‌​‌‌​‌‍​​‌‌​​‌​‍​​‌‌​‌​‌‍​​‌‌​‌‌​‍​​‌‌​​​‌‍​​‌‌‌​​​‍​​‌‌​‌‌​‍​​‌‌​‌​‌‍​‌‌​​‌​​‍​‌‌​​​‌​‍​‌‌​​​‌‌‍​​‌‌‌​​‌‍​​‌‌​‌‌​⁠

아나토는 중남미가 원산지인 아치오테나무 씨앗에서 뽑아낸 천연 색소입니다. 씨앗의 겉껍질에 빅신(bixin)이라는 지용성 색소 성분이 들어 있어서, 버터의 지방에 잘 녹아들었어요.

red powder in black round bowl
0색소 없이

겨울 버터는 착색 없이 거의 흰색에 가깝습니다

소비자는 그 사실을 몰랐다

이 관행은 조용히 퍼졌습니다.⁠​‌‌​​​​‌‍​‌‌​​‌‌​‍​​‌‌​​​​‍​‌‌​​‌​‌‍​​‌‌​​​​‍​​‌‌​‌​​‍​​‌‌​​​‌‍​​‌‌​​​​‍​​‌​‌‌​‌‍​​‌‌​‌​​‍​​‌‌‌​​‌‍​​‌‌​​​​‍​‌‌​​‌​​‍​​‌​‌‌​‌‍​​‌‌​‌​​‍​‌‌​​‌​‌‍​​‌‌​‌​‌‍​‌‌​​‌​​‍​​‌​‌‌​‌‍​​‌‌‌​​​‍​​‌‌​‌‌​‍​‌‌​​‌​‌‍​​‌‌‌​​‌‍​​‌​‌‌​‌‍​​‌‌​​‌​‍​​‌‌​‌​‌‍​​‌‌​‌‌​‍​​‌‌​​​‌‍​​‌‌‌​​​‍​​‌‌​‌‌​‍​​‌‌​‌​‌‍​‌‌​​‌​​‍​‌‌​​​‌​‍​‌‌​​​‌‌‍​​‌‌‌​​‌‍​​‌‌​‌‌​⁠

저항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당시 마가린 제조업체들이 버터의 착색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마가린도 버터처럼 노란 색소를 쓰고 싶었는데, 버터 업계는 마가린의 착색을 규제하도록 정치적으로 압박했거든요. 착색을 먼저 시작한 쪽이 버터였는데도요.

소비자들은 노란 버터를 '원래 그런 것'으로 받아들였어요. 색이 짙을수록 더 신선하고 품질이 좋다는 인식도 함께 자리 잡았습니다.

흰 버터가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세상이 된 거죠.⁠​‌‌​​​​‌‍​‌‌​​‌‌​‍​​‌‌​​​​‍​‌‌​​‌​‌‍​​‌‌​​​​‍​​‌‌​‌​​‍​​‌‌​​​‌‍​​‌‌​​​​‍​​‌​‌‌​‌‍​​‌‌​‌​​‍​​‌‌‌​​‌‍​​‌‌​​​​‍​‌‌​​‌​​‍​​‌​‌‌​‌‍​​‌‌​‌​​‍​‌‌​​‌​‌‍​​‌‌​‌​‌‍​‌‌​​‌​​‍​​‌​‌‌​‌‍​​‌‌‌​​​‍​​‌‌​‌‌​‍​‌‌​​‌​‌‍​​‌‌‌​​‌‍​​‌​‌‌​‌‍​​‌‌​​‌​‍​​‌‌​‌​‌‍​​‌‌​‌‌​‍​​‌‌​​​‌‍​​‌‌‌​​​‍​​‌‌​‌‌​‍​​‌‌​‌​‌‍​‌‌​​‌​​‍​‌‌​​​‌​‍​‌‌​​​‌‌‍​​‌‌‌​​‌‍​​‌‌​‌‌​⁠

지금도 색소는 들어간다

오늘날 버터 포장 뒷면을 들여다보면 '아나토' 또는 '베타카로틴'이 첨가물로 적혀 있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19세기 농부들이 겨울 버터를 팔기 위해 꺼낸 방법이, 지금도 마트 진열대 버터 안에 살아있는 겁니다.

노란 버터가 더 좋다는 건 오랜 믿음이지만, 색소가 들어간 버터와 천연 버터를 색으로 구분할 방법은 없습니다.⁠​‌‌​​​​‌‍​‌‌​​‌‌​‍​​‌‌​​​​‍​‌‌​​‌​‌‍​​‌‌​​​​‍​​‌‌​‌​​‍​​‌‌​​​‌‍​​‌‌​​​​‍​​‌​‌‌​‌‍​​‌‌​‌​​‍​​‌‌‌​​‌‍​​‌‌​​​​‍​‌‌​​‌​​‍​​‌​‌‌​‌‍​​‌‌​‌​​‍​‌‌​​‌​‌‍​​‌‌​‌​‌‍​‌‌​​‌​​‍​​‌​‌‌​‌‍​​‌‌‌​​​‍​​‌‌​‌‌​‍​‌‌​​‌​‌‍​​‌‌‌​​‌‍​​‌​‌‌​‌‍​​‌‌​​‌​‍​​‌‌​‌​‌‍​​‌‌​‌‌​‍​​‌‌​​​‌‍​​‌‌‌​​​‍​​‌‌​‌‌​‍​​‌‌​‌​‌‍​‌‌​​‌​​‍​‌‌​​​‌​‍​‌‌​​​‌‌‍​​‌‌‌​​‌‍​​‌‌​‌‌​⁠

색이 진하다고 더 신선한 것도, 품질이 높은 것도 아니에요.

버터를 고를 때 색을 기준으로 삼았다면, 그 기준은 19세기 어느 농부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