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한 회사 출신입니다.

심지어 '페이팔'이라는 이름도 원래는 회사 이름이 아니었어요.
보안 회사와 인터넷 은행이 합쳐졌다
1998년, 피터 틸과 맥스 레브친은 컨피니티(Confinity)라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목표는 결제가 아니었어요. 보안 소프트웨어였습니다.
당시 23세였던 레브친은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주고받는 기술을 만들고 싶었고, 틸은 그 기술에서 사업 가능성을 봤습니다.
같은 시기, 일론 머스크는 X.com이라는 온라인 금융 회사를 따로 세웠어요.
인터넷 은행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컨피니티와는 명백히 다른 방향이었고, 한동안 두 회사는 경쟁 관계였어요.
2000년, 두 회사는 합병했습니다.
보안 기술을 가진 회사와 인터넷 금융을 꿈꾸던 회사가 하나가 됐습니다. 합병 직후 회사 이름은 X.com이었어요.
'페이팔'은 컨피니티가 만든 서비스의 이름이었을 뿐이었습니다.

2001년, 회사가 서비스 이름을 사명으로 가져왔어요. 그게 지금 우리가 아는 페이팔의 탄생입니다.
페이팔은 처음부터 페이팔이 아니었다. 경쟁하던 두 회사가 손을 잡은 뒤, 서비스 이름이 회사 이름이 됐다.
이베이가 사고, 창업자들이 흩어졌다
2002년, 페이팔은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팔렸습니다.
창업자와 초기 직원들은 각자의 길로 나뉘었어요.
피터 틸은 팔란티어를 공동 창업하고 페이스북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만들었고, 리드 호프먼은 링크드인을 세웠어요.

2002년 이베이의 페이팔 인수 금액
한 회사의 매각이 이렇게 많은 기업의 시작점이 된 사례는 드뭅니다.
'페이팔 마피아'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
2007년, 미국 경제지 포천이 이 창업자들을 한데 묶어 소개하면서 '페이팔 마피아'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범죄 조직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회사를 떠난 뒤에도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의 사업에 투자하고, 인재를 연결하고, 정보를 공유한 강한 결속력을 비유한 말입니다.
방식은 단순했어요. 회사가 끝나도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는 것.
새 회사를 차리면 페이팔 출신 동료가 투자자로 들어왔고, 좋은 개발자가 필요하면 네트워크 안에서 먼저 찾았습니다. 자본과 인재와 정보가 같은 사람들 사이를 계속 순환했어요.
이들에게 기업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다음 창업을 준비하는 학습 공간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연쇄 창업 문화가 지금처럼 자리 잡은 데에는 이 네트워크의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러면 한국에서는 왜 안 쓸까
페이팔이 전 세계 온라인 결제 시장에서 이렇게 큰 존재감을 가졌는데도, 한국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이유는 여러 겹으로 쌓여 있어요.
우선 한국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같은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가 이미 일상 깊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온라인 쇼핑몰과 앱이 이 서비스들과 연동되어 있어요.
페이팔 자체가 국내 서비스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있습니다. 국내 은행 계좌와 연결이 번거롭고, 한국어 지원이나 고객 서비스도 해외 사용자 기준으로 설계된 면이 있어요.
페이팔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경우는 해외 직구나 해외 거래처와의 결제 상황입니다. 국내 거래에서는 굳이 페이팔을 쓸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X.com이 페이팔로 사명을 바꾼 해
페이팔은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강자이지만, 국내 결제 생태계는 이미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한국 이용자에게 페이팔은 해외 쇼핑할 때 가끔 꺼내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한 회사가 만든 네트워크의 무게
페이팔 마피아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특정 기업들의 성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성공한 창업자가 회사를 팔고 떠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다음 창업자에게 투자하고 조언하며 생태계를 다시 만드는 구조 자체를 보여줬다는 점이 더 크게 언급됩니다.

AI 생성 이미지
보안 소프트웨어를 만들려던 회사와 인터넷 은행을 꿈꾸던 회사가 합쳐져 결제 서비스 이름 하나를 회사 이름으로 쓰기로 했을 때, 그 회사가 이베이에 팔리고 나서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테슬라와 유튜브와 링크드인을 만들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사람들 상당수가 한 회사 출신이라고 할 때, 그 회사는 두 회사가 합쳐진 것이었고, 회사 이름은 원래 서비스 이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