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오래된 가게는 많습니다. 그런데 오래됐다는 이유로 젊은 사람들이 줄을 서는 가게는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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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동 본점에 들어서면 벽에 옛날 타일이 그대로 붙어 있고, 고장 난 전기 스위치와 두꺼비집이 전시물처럼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 "왜 이걸 안 뜯어냈냐"고 물으면, 태극당 입장에서의 답은 간단해요. 이게 이 가게의 이야기니까요.

일본인이 두고 간 집기로 시작됐다

1945년 광복 이후, 서울 명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일본인들이 본국으로 떠났습니다.⁠​​‌‌‌​​​‍​​‌‌​​​‌‍​​‌‌​‌‌​‍​​‌‌​​‌‌‍​​‌‌‌​​‌‍​​‌‌​‌‌​‍​​‌‌​‌‌​‍​​‌‌​​‌‌‍​​‌​‌‌​‌‍​​‌‌​​​‌‍​‌‌​​‌‌​‍​‌‌​​‌​​‍​​‌‌​‌‌​‍​​‌​‌‌​‌‍​​‌‌​‌​​‍​​‌‌‌​​‌‍​‌‌​​​‌‌‍​​‌‌​​‌​‍​​‌​‌‌​‌‍​​‌‌‌​​‌‍​​‌‌​​‌‌‍​​‌‌​‌‌‌‍​‌‌​​‌​‌‍​​‌​‌‌​‌‍​​‌‌​​​‌‍​​‌‌​​‌‌‍​​‌‌​‌​​‍​​‌‌​​​​‍​‌‌​​‌​‌‍​​‌‌​​​​‍​​‌‌​‌‌‌‍​‌‌​​​‌‌‍​​‌‌​‌​‌‍​​‌‌​​‌​‍​​‌‌​‌‌​‍​​‌‌​​‌‌⁠

집기가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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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전 그 제과점에서 일했던 고 신창근 씨는 남겨진 집기를 바탕으로 이듬해인 1946년, 명동에 태극당을 열었습니다. 남의 것을 받아서 시작한 게 아니라, 비워진 자리에 새로운 이름을 붙인 셈이었죠.

가게 이름에는 시대의 감각이 담겼습니다. '태극당'이라는 이름과 무궁화 로고는 광복의 감각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었어요. 배고픔이 컸던 시절, 빵은 흔한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태극당은 새 시대의 일상을 경험하는 공간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비워진 자리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 그게 태극당의 시작이었습니다.

명동에서 장충동으로, 27년의 이동

1973년, 태극당은 명동을 떠나 장충동으로 옮겼습니다.

명동에서 시작해 장충동에 자리를 잡기까지 약 27년이 걸렸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장충동 본점은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공간이 이동했어도, 공간 안에 쌓인 것들은 옮기지 않는 방식을 택했어요.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옛 주방이었던 공간을 손님이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바꾸면서도, 그 시절 타일과 벽돌은 그대로 살렸습니다. 고장 난 전기 스위치와 두꺼비집도 떼어내는 대신 남겨 뒀고요.

3대가 이어온 가게, 떠나지 않은 직원

태극당은 현재 신경철 대표가 이끌고 있습니다. 창업자 고 신창근 씨의 손자, 3대째 같은 가게를 경영하는 중입니다.

가족만이 아닙니다.⁠​​‌‌‌​​​‍​​‌‌​​​‌‍​​‌‌​‌‌​‍​​‌‌​​‌‌‍​​‌‌‌​​‌‍​​‌‌​‌‌​‍​​‌‌​‌‌​‍​​‌‌​​‌‌‍​​‌​‌‌​‌‍​​‌‌​​​‌‍​‌‌​​‌‌​‍​‌‌​​‌​​‍​​‌‌​‌‌​‍​​‌​‌‌​‌‍​​‌‌​‌​​‍​​‌‌‌​​‌‍​‌‌​​​‌‌‍​​‌‌​​‌​‍​​‌​‌‌​‌‍​​‌‌‌​​‌‍​​‌‌​​‌‌‍​​‌‌​‌‌‌‍​‌‌​​‌​‌‍​​‌​‌‌​‌‍​​‌‌​​​‌‍​​‌‌​​‌‌‍​​‌‌​‌​​‍​​‌‌​​​​‍​‌‌​​‌​‌‍​​‌‌​​​​‍​​‌‌​‌‌‌‍​‌‌​​​‌‌‍​​‌‌​‌​‌‍​​‌‌​​‌​‍​​‌‌​‌‌​‍​​‌‌​​‌‌⁠

전성기 시절, 다른 곳에서 높은 연봉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직원이 태극당에 남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왜 남았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그 선택 자체가 태극당이라는 가게에 대해 무언가를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모나카와 버터 케이크 같은 오래된 메뉴들이 여전히 팔리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태극당이 오래된 건, 버티거나 고집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계속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다는 거죠.

20만

태극당 모나카 한 달 평균 판매량⁠​​‌‌‌​​​‍​​‌‌​​​‌‍​​‌‌​‌‌​‍​​‌‌​​‌‌‍​​‌‌‌​​‌‍​​‌‌​‌‌​‍​​‌‌​‌‌​‍​​‌‌​​‌‌‍​​‌​‌‌​‌‍​​‌‌​​​‌‍​‌‌​​‌‌​‍​‌‌​​‌​​‍​​‌‌​‌‌​‍​​‌​‌‌​‌‍​​‌‌​‌​​‍​​‌‌‌​​‌‍​‌‌​​​‌‌‍​​‌‌​​‌​‍​​‌​‌‌​‌‍​​‌‌‌​​‌‍​​‌‌​​‌‌‍​​‌‌​‌‌‌‍​‌‌​​‌​‌‍​​‌​‌‌​‌‍​​‌‌​​​‌‍​​‌‌​​‌‌‍​​‌‌​‌​​‍​​‌‌​​​​‍​‌‌​​‌​‌‍​​‌‌​​​​‍​​‌‌​‌‌‌‍​‌‌​​​‌‌‍​​‌‌​‌​‌‍​​‌‌​​‌​‍​​‌‌​‌‌​‍​​‌‌​​‌‌⁠

모나카가 한 달에 20만 개 팔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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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당의 대표 메뉴를 하나만 꼽으라면 모나카입니다.

1960년대부터 팔기 시작했으니, 이미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제품입니다. 현재 태극당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도 모나카이고, 한 달 평균 판매량이 약 20만 개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어요.

맛의 구조는 단순한 편입니다. 얇고 바삭한 모나카 과자 안에 순우유 아이스크림을 채운 것이에요. 차갑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과 과자의 바삭함이 한 입에 동시에 느껴지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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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제품 모두 단맛이 강하지 않고 뒷맛이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래된 메뉴가 세대를 넘어 팔리는 데는, 자극적이지 않은 맛의 방향도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힙플레이스'가 된 70년 빵집

태극당이 젊은 세대에게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다소 역설적인 이유에서입니다.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리노베이션 이후 태극당의 공간은 "여기 어디야?"를 유발하는 곳이 됐습니다. 오래된 타일, 보존된 두꺼비집, 반세기 넘은 분위기가 그대로인 공간이 오히려 지금 시대에 드문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거죠.

2021년에는 태극당의 창업 연도를 이름으로 내건 '1946 프로젝트'가 진행됐습니다. 태극당의 역사와 장충동이라는 장소를 현대적 방식으로 풀어낸 협업 프로젝트였어요. 오래됨을 숨기는 대신, 오래됨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태극당의 중심이 흔들린 건 아닙니다. 무궁화 로고와 '태극당'이라는 이름은 1946년 그대로입니다. 변하지 않은 것들 위에 새로운 해석이 올라탄 구조, 그게 지금 태극당이 있는 자리입니다.⁠​​‌‌‌​​​‍​​‌‌​​​‌‍​​‌‌​‌‌​‍​​‌‌​​‌‌‍​​‌‌‌​​‌‍​​‌‌​‌‌​‍​​‌‌​‌‌​‍​​‌‌​​‌‌‍​​‌​‌‌​‌‍​​‌‌​​​‌‍​‌‌​​‌‌​‍​‌‌​​‌​​‍​​‌‌​‌‌​‍​​‌​‌‌​‌‍​​‌‌​‌​​‍​​‌‌‌​​‌‍​‌‌​​​‌‌‍​​‌‌​​‌​‍​​‌​‌‌​‌‍​​‌‌‌​​‌‍​​‌‌​​‌‌‍​​‌‌​‌‌‌‍​‌‌​​‌​‌‍​​‌​‌‌​‌‍​​‌‌​​​‌‍​​‌‌​​‌‌‍​​‌‌​‌​​‍​​‌‌​​​​‍​‌‌​​‌​‌‍​​‌‌​​​​‍​​‌‌​‌‌‌‍​‌‌​​​‌‌‍​​‌‌​‌​‌‍​​‌‌​​‌​‍​​‌‌​‌‌​‍​​‌‌​​‌‌⁠

오래됨을 숨기는 대신, 오래됨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장충동 본점에 가면 오래된 타일 앞에 서서 모나카를 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거기 서 있는 이유가 순전히 아이스크림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광복 직후 시작된 빵집이 서울의 변화를 다 겪으면서도 같은 이름으로 남아 있다는 것, 그 감각을 잠깐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섞여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