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가 그렇게 큰 이유가 있었습니다. 남산을 하루 종일 오가는 기사들이 한 끼로 든든하게 먹을 수 있게요."

A tall tower illuminated at night with trees framing it

남산 왕돈까스가 유명해진 건 맛집 블로그도, 방송 촬영도 아니었습니다. 시작은 훨씬 단순하고 현실적인 곳에 있었어요.

크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1992년, 서울 중구 소파로 103-1번지에 '남산돈까스'라는 간판이 걸렸습니다.⁠​​‌‌​‌‌‌‍​​‌‌‌​​​‍​​‌‌​‌‌​‍​​‌‌‌​​‌‍​‌‌​​‌‌​‍​​‌‌​​​‌‍​‌‌​​‌​‌‍​‌‌​​​‌‌‍​​‌​‌‌​‌‍​​‌‌​‌‌‌‍​​‌‌​‌​‌‍​​‌‌​​​​‍​​‌‌​‌‌​‍​​‌​‌‌​‌‍​​‌‌​‌​​‍​​‌‌​‌‌​‍​‌‌​​‌‌​‍​​‌‌​‌‌‌‍​​‌​‌‌​‌‍​​‌‌‌​​‌‍​‌‌​​‌‌​‍​‌‌​​​‌‌‍​​‌‌​​​‌‍​​‌​‌‌​‌‍​​‌‌​‌‌‌‍​​‌‌​​​‌‍​​‌‌‌​​‌‍​​‌‌‌​​‌‍​​‌‌​​‌‌‍​‌‌​​‌​‌‍​​‌‌​​​‌‍​​‌‌​‌‌​‍​​‌‌​​​‌‍​​‌‌​​​​‍​‌‌​​‌‌​‍​​‌‌​‌‌​⁠

위치가 절묘했습니다. 남산케이블카 주변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택시들이 하루 종일 오가는 길목이었거든요.

업주는 이 기사들을 눈여겨봤습니다. 장시간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가볍게 먹는 식사가 아니라, 끼니를 온전히 대신할 수 있는 한 그릇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돈까스를 크게 만들었습니다. 일반 식당보다 눈에 띄게 큰, '왕'이라는 말이 붙을 만한 크기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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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함을 해결한 반찬

크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돈까스가 커질수록 기름진 맛도 함께 커지거든요.

업주는 기사들의 연령대를 고려했습니다. 기름진 음식을 끝까지 먹으려면 중간에 입을 환기시켜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던 거죠.

그래서 곁들임 반찬을 함께 냈습니다. 매콤한 음식과의 조합이 느끼함을 잡아줬고, 기사들은 큰 돈까스를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었어요.⁠​​‌‌​‌‌‌‍​​‌‌‌​​​‍​​‌‌​‌‌​‍​​‌‌‌​​‌‍​‌‌​​‌‌​‍​​‌‌​​​‌‍​‌‌​​‌​‌‍​‌‌​​​‌‌‍​​‌​‌‌​‌‍​​‌‌​‌‌‌‍​​‌‌​‌​‌‍​​‌‌​​​​‍​​‌‌​‌‌​‍​​‌​‌‌​‌‍​​‌‌​‌​​‍​​‌‌​‌‌​‍​‌‌​​‌‌​‍​​‌‌​‌‌‌‍​​‌​‌‌​‌‍​​‌‌‌​​‌‍​‌‌​​‌‌​‍​‌‌​​​‌‌‍​​‌‌​​​‌‍​​‌​‌‌​‌‍​​‌‌​‌‌‌‍​​‌‌​​​‌‍​​‌‌‌​​‌‍​​‌‌‌​​‌‍​​‌‌​​‌‌‍​‌‌​​‌​‌‍​​‌‌​​​‌‍​​‌‌​‌‌​‍​​‌‌​​​‌‍​​‌‌​​​​‍​‌‌​​‌‌​‍​​‌‌​‌‌​⁠

1992

소파로 103-1번지, 남산돈까스 개업

왕돈까스와 곁들임 반찬의 조합은 단순한 메뉴 구성이 아니었습니다. 기사들이 반복해서 찾을 수 있는 식사 형태를 만들기 위한 계산이었어요.

장소가 음식을 키웠습니다

남산타워와 케이블카 주변에는 당시 기사식당이 여럿 들어서 있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러 온 관광객을 태우고, 다시 내려가고, 또 올라오는 택시들의 반복 동선 위에 식당들이 자리 잡은 겁니다.⁠​​‌‌​‌‌‌‍​​‌‌‌​​​‍​​‌‌​‌‌​‍​​‌‌‌​​‌‍​‌‌​​‌‌​‍​​‌‌​​​‌‍​‌‌​​‌​‌‍​‌‌​​​‌‌‍​​‌​‌‌​‌‍​​‌‌​‌‌‌‍​​‌‌​‌​‌‍​​‌‌​​​​‍​​‌‌​‌‌​‍​​‌​‌‌​‌‍​​‌‌​‌​​‍​​‌‌​‌‌​‍​‌‌​​‌‌​‍​​‌‌​‌‌‌‍​​‌​‌‌​‌‍​​‌‌‌​​‌‍​‌‌​​‌‌​‍​‌‌​​​‌‌‍​​‌‌​​​‌‍​​‌​‌‌​‌‍​​‌‌​‌‌‌‍​​‌‌​​​‌‍​​‌‌‌​​‌‍​​‌‌‌​​‌‍​​‌‌​​‌‌‍​‌‌​​‌​‌‍​​‌‌​​​‌‍​​‌‌​‌‌​‍​​‌‌​​​‌‍​​‌‌​​​​‍​‌‌​​‌‌​‍​​‌‌​‌‌​⁠

기사들은 자주 지나가는 그 길에서 같은 집을 반복해서 이용하게 됩니다. 한 번 좋았던 식당은 다음에도 들르게 되고, 동료 기사에게 자연스럽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습니다.

관광지의 기억이 더해졌습니다

1980~90년대부터 남산 일대에 자리 잡은 돈까스집들은 관광을 마친 사람들이 들르는 마무리 식사 장소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white and red tower under blue sky during daytime

케이블카를 타고 서울 야경을 내려다본 뒤 먹는 왕돈까스. 그 경험이 세대별 추억으로 쌓이면서, 음식 자체의 맛과 별개로 '남산 하면 돈까스'라는 이미지가 형성됐습니다.⁠​​‌‌​‌‌‌‍​​‌‌‌​​​‍​​‌‌​‌‌​‍​​‌‌‌​​‌‍​‌‌​​‌‌​‍​​‌‌​​​‌‍​‌‌​​‌​‌‍​‌‌​​​‌‌‍​​‌​‌‌​‌‍​​‌‌​‌‌‌‍​​‌‌​‌​‌‍​​‌‌​​​​‍​​‌‌​‌‌​‍​​‌​‌‌​‌‍​​‌‌​‌​​‍​​‌‌​‌‌​‍​‌‌​​‌‌​‍​​‌‌​‌‌‌‍​​‌​‌‌​‌‍​​‌‌‌​​‌‍​‌‌​​‌‌​‍​‌‌​​​‌‌‍​​‌‌​​​‌‍​​‌​‌‌​‌‍​​‌‌​‌‌‌‍​​‌‌​​​‌‍​​‌‌‌​​‌‍​​‌‌‌​​‌‍​​‌‌​​‌‌‍​‌‌​​‌​‌‍​​‌‌​​​‌‍​​‌‌​‌‌​‍​​‌‌​​​‌‍​​‌‌​​​​‍​‌‌​​‌‌​‍​​‌‌​‌‌​⁠

음식에 장소의 기억이 입혀지면, 그 음식은 단순한 메뉴 이상이 됩니다.

원조 논란이 이름을 다시 알렸습니다

조용히 유명해지던 남산 돈까스는 2021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국에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101번지 남산돈까스'를 둘러싼 원조 논쟁이 유튜브 영상과 언론 보도를 타고 퍼졌고, 영상 게시금지 가처분 신청과 명예훼손 고소까지 이어지면서 논란 자체가 뉴스가 됐습니다.⁠​​‌‌​‌‌‌‍​​‌‌‌​​​‍​​‌‌​‌‌​‍​​‌‌‌​​‌‍​‌‌​​‌‌​‍​​‌‌​​​‌‍​‌‌​​‌​‌‍​‌‌​​​‌‌‍​​‌​‌‌​‌‍​​‌‌​‌‌‌‍​​‌‌​‌​‌‍​​‌‌​​​​‍​​‌‌​‌‌​‍​​‌​‌‌​‌‍​​‌‌​‌​​‍​​‌‌​‌‌​‍​‌‌​​‌‌​‍​​‌‌​‌‌‌‍​​‌​‌‌​‌‍​​‌‌‌​​‌‍​‌‌​​‌‌​‍​‌‌​​​‌‌‍​​‌‌​​​‌‍​​‌​‌‌​‌‍​​‌‌​‌‌‌‍​​‌‌​​​‌‍​​‌‌‌​​‌‍​​‌‌‌​​‌‍​​‌‌​​‌‌‍​‌‌​​‌​‌‍​​‌‌​​​‌‍​​‌‌​‌‌​‍​​‌‌​​​‌‍​​‌‌​​​​‍​‌‌​​‌‌​‍​​‌‌​‌‌​⁠

그 논란은 '남산돈까스'라는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사람들에게까지 닿는 계기가 됐어요. 원조가 누구인지보다, 원조 논란이 있을 만큼 오래되고 유명한 곳이라는 인식이 퍼진 거죠.

싸움이 홍보가 된 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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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남산타워 주변에는 오래된 돈까스집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왕돈까스에 곁들임 반찬을 함께 내는 방식도 그대로입니다.⁠​​‌‌​‌‌‌‍​​‌‌‌​​​‍​​‌‌​‌‌​‍​​‌‌‌​​‌‍​‌‌​​‌‌​‍​​‌‌​​​‌‍​‌‌​​‌​‌‍​‌‌​​​‌‌‍​​‌​‌‌​‌‍​​‌‌​‌‌‌‍​​‌‌​‌​‌‍​​‌‌​​​​‍​​‌‌​‌‌​‍​​‌​‌‌​‌‍​​‌‌​‌​​‍​​‌‌​‌‌​‍​‌‌​​‌‌​‍​​‌‌​‌‌‌‍​​‌​‌‌​‌‍​​‌‌‌​​‌‍​‌‌​​‌‌​‍​‌‌​​​‌‌‍​​‌‌​​​‌‍​​‌​‌‌​‌‍​​‌‌​‌‌‌‍​​‌‌​​​‌‍​​‌‌‌​​‌‍​​‌‌‌​​‌‍​​‌‌​​‌‌‍​‌‌​​‌​‌‍​​‌‌​​​‌‍​​‌‌​‌‌​‍​​‌‌​​​‌‍​​‌‌​​​​‍​‌‌​​‌‌​‍​​‌‌​‌‌​⁠

1992년 기사들의 밥심을 위해 크기를 키운 돈까스 한 장이, 지금은 남산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음식으로 남아 있습니다.